거짓말 적기
요즘은 약속이 없는 날에는 일부러 카페에 나와서 글을 쓰거나 노션을 정리한다.
처음에는 혼자서 무언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익숙하지 않아 이런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혼자 있고 싶을 때가 많으면서도 정작 혼자 있으면 외로워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이렇게 나와서 글도 쓰고 이것저것 정리를 하다 보니 생산적인지는 모르겠지만 나 자신을 위한 투자를 하는 느낌이 든다. 그러던 중 브런치에서 우연히 읽은 글의 한 문구가 마음에 와닿았다.
"사람은 혼자 보는 일기장에도 거짓말을 씁니다"
일기를 쓰기 시작한 이유 중 하나는 나 자신에게 솔직한 감정과 마음을 담아내고 싶어서였다. 일기는 하루를 정리해주는 동시에 그 당시 상황이나 사건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내가 왜 화가 났는지, 기뻤는지 감정을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문제가 찾아왔다. 화남, 당황, 이해가 안 되는 것들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을 적다 보니, 쉽게 잊혀도 될 사건들이 오히려 더 강하게 각인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래서 이후부터는 기분 나쁜 일이나 사소한 일로 상처받은 감정들은 의도적으로 적지 않으려 한다. 이게 딜레마다. 나 자신을 더 이해하고 감정을 들여다보려고 시작했는데, 정작 마주하기 싫은 감정들은 적지 않으며 오히려 거짓말을 하게 된다.
이런 핑계로 일기를 쓰지 않는 날이 늘어났고, 대신 여행 기록용으로만 정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일상이 기쁘든 지루하든 별로였든 매일 쓰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진심을 마주하기 싫다는 이유로 더 이상 나의 감정을 들여다보지 않는다. 혼자 쓰는 일기장에도 이렇게 감정을 숨기곤 한다. 이제는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며 진실을 마주하는 사람이 되어보자.